몸으로 나누는 특별한 대화, 섹스. 만족스러운 관계를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필요할까요? 몸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에 못지 않게 일상에서도 서로 올바른 대화법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로즈앤의원 칼럼에서는 부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부 사이의 적절한 대화법에 대해 알아볼께요.

산부인과 전문의인 로즈앤의원 박영 대표원장님이 <부부 대화법>까지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부부의 섹스, 문제가 있는듯해요.

어떻게 치료하면 될까요?

산부인과에 온 많은 분이 '물리적인' 치료를 바라고 내원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진료실에서 가만히 들여다 보면, 치료와 시술만으로 문제의 핵심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질의 탄력을 높여주는 레이져나 질을 꽉 채워주는 필러로, 또는 성교통을 완화해 주는 금실과 같은 시술을 한다고 말이지요. 병원에서 제시하는 치료는 물리적·약물적입니다. 물론 성관계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의 해결법이 필요한 케이스가 상당히 존재합니다.  

즉 환자 분들이 산부인과를 찾아오는 진짜 문제는 섹스 그 자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사실인데요. 이러한 심리적 부분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책 <인생학교-섹스>에서도 이야기합니다. 이번 로즈앤 칼럼에서 추천 드리는 이 책은 섹스의 기쁨과 골칫거리에 대한 성찰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유쾌한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섹스》는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마주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전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섹스의 난관들뿐 아니라 욕정, 페티시즘, 불륜, 포르노그래피, 발기부전 등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들며 모던 섹슈얼리티의 딜레마를 거침없이 살펴봅니다.

연애,사랑,결혼...이 모든 것의 교집합이자 세상의 모든 문학과 영화, 노래 가사의 바탕에는 섹스가 있다.

"아무에게나 물어볼 수 없지만, 누구나 궁금해하고 가끔 고민에 빠지며 때때로 괴롭기까지 한 섹스에 대해 가장 유쾌하고 따뜻하며 지적이고 고상한 담론이 시작된다." 로 시작하는 책소개 글을 읽으며 이 속에 많은 여성들이 영원한 고민들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작가는 섹스에 관한 철학적 사색으로 위로와 혜안을 주며 스스로가 비정상이라고 느끼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래에서 관련 내용을 보여드릴게요. 

대체로 이럴 때 문제는 섹스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섹스와 일상의 현격한 대비가 문제다. 섹스는 특유의 다정함, 격렬함, 열정, 쾌락이 지배하는 반면,삶의 일상적인 측면들은 반복, 지루함, 억압, 어려움, 냉담함으로 가득하다. 이 둘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비참한 기분에 젖어드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섹스》p. 69

늘어진 질 혹은 성교통을 치료하기 위해 레이져 시술을 받던 환자들이 병원을 계속 다니며 저와 어느 정도 라뽀(심리적 유대감)가 형성되면 이런 이야기를 건네 옵니다. 

아이들 케어부터 집안일은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옆에 오면 너무 미워요. 제 마음이 안열리니까 질레이져를 해도 오르가즘이 느껴지지 않는 건가봐요.  

발기가 되면 그게 아까워서 섹스를 하려고 하는 남편이 너무 싫어요. 정말 싫어서 이혼까지 생각했어요. 나는 하나도 준비가 안되었는데 바로 삽입하려니까 너무 아프고... 금실하고 아픈 건 좋아졌지만, 여전히 남편이 오는 건 싫네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 좋은 섹스란 일상과 섹스의 온도차가 좁혀졌을 때 완성됩니다. 관계하는 순간에만 기분좋은 것이 아니라 평소 둘 사이에 오고가는 눈빛과 몸짓 또한 따뜻하고 신뢰감이 넘치는 상태 말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비로소 성관계에 들이는 정성과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격차를 좁히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먼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꼼꼼한 관찰이 필요하겠지요. 또한 부부 사이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지혜롭게 말하는 대화법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I-Message>로 대화해 보세요.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고 그것에 대한 나의 감정과 나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화법으로 상대방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제공함과 동시에 전달하는 내용이 보다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해당 대화법의 올바른 예시입니다. 대화법의 차이로 인한 말투의 변화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말을 항상 그런 식으로 해.'  

→  "나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안 좋아." 

"됐어. 말해봤자 소용도 없는데." 

→ "나는 지금 그게 마음에 걸려서 집중이 안돼"

"몰라, 그냥 다 싫어" 

→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한편 서로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문답을 작성하는 과정 또한 추천 드립니다. 아래는 사랑의 5가지 방식에 대한 설문지입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중 자신이 받았을 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아래 문항을 통해 내가 어떤 지점에서 가장 정서적 만족감을 느꼈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랄게요. 

아울러 상대방이 내심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이를 수행해주는 수고를 곁들일 때, 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올라갈 수 있는데요. 알랭 드 보통의 책에 나온 페티시에 대한 내용을 아래에 가져왔습니다. 함께 읽어 보아요. 

모든 페티시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가장 위대한 경지로 격상시켜주기 위해 사다리의 맨 아랫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희생적이고 고귀한 존재다, 즉 우리가 페티시에 흥분하는 이유는 그것이 ‘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 p.66  

책 속의 남자는 머리를 묶는 고무밴드와 단정한 로퍼 슈즈에, 여자는 가죽 손목시계를 그들의 페티시로 여깁니다. 나의 ‘페티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우리 남편의 페티시는 무엇일까요? 

알랭드 보통은 남자가 단정한 로퍼 슈즈를 좋아하는 이유를 남편의 어머니의 강하고 화려한 면모에 대한 실망감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여자가 가죽 손목시계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녀의 아버지의 성격 중 믿음직함이 연상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 속의 분석처럼 상대방이 좋아하는 포인트, 흥분하는  페티시가 없는지 한번 떠올려보고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볼까요? 나의 파트너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에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

몸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대화하세요- 

너무 가까운 관계에서는 오히려 말하지 못했던 섹스, 로즈앤의원 블로그를 통해 부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유의미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커플에게 맞는 모양과 빛깔의 섹스를 찾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주시산부인과 로즈앤의원 또한 건강한 섹스와 부부 관계를 늘 중요하게 여기며 진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