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어달 전 어느 중년의 여성 화가분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밥은 맛있었고 이야기는 즐거웠습니다. 도란도란 대화하던 중 작품 활동 중단 시기가 생각보다 길어져, 무려 15년에 이르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가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그림 작업을 하지 못했던 이유를 조심스레 여쭈었습니다.

"왜 15년간 그림을 쉬셨나요?"
"갱년기를 심하게 겪어서요..."
화가 분은 다시 붓을 들기까지 살아온 매순간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체는 없어도 분명히 내 곁에 머무르며 존재하는 그 녀석, 갱년기 때문에 말이지요. 몸과 마음을 모두 힘들게 하는 갱년기는 여성들의 영원한 숙제가 틀림없습니다.
나는 갱년기를 오픈한 사람을 외국 여성 중에서는 봤어도 한국에선 갱년기를 겪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나를 덮친 이 고생이 정확히 무엇인지 처음에는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여성들이 다들 그저 원래 그렇겠거니 하며 참고 살아온 것 같아요.
작가님은 갑작스런 신체 변화로 인해 몸이 고장난 것 같은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함께 닥쳐온 감정의 소용돌이는 물론이고요. 그리고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작품 활동의 암흑기를 거친 원인이 되었지요. 이처럼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를 피해가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선생님의 진솔한 고백을 경청한 뒤, 제게는 '갱년기'라는 단어가 한층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갱년기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또다른 봄'으로 생각하세요."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안에서 갱년기는 일상과 너무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복합적 현실이었습니다.
제 나이는 43세입니다. 제주산부인과 로즈앤의원 진료실에서 갱년기로 힘들어하는 많은 분을 보면서 산부인과 의사로써 그 분들에게 조언을 하지만, 저 역시 저의 갱년기가 두렵습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박영 원장님은 갱년기를 어떻게 준비할꺼예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로서의 평소 루틴과 관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로즈앤칼럼을 통해 갱년기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각자의 답을 찾아 볼까요?

1. 책을 읽으며 배울 점 찾기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들여다 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순간도 없지요?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2019년에 출간된 가수 요조와 작가 임경선의 교환일기입니다. 여자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을 털어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순간을 잡아내는 편지이자 에세이지요. 그 중에서도 저는 40대를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한 임경선님의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몇 번이고 밑줄치며 읽었던 책의 한 소절을 나눕니다.

40대, 밝게 체념하기
우리들의 인생에서 기력, 체력, 능력, 이 세 가지가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40대가 아닐까 싶어. 감히 40대가 인생의 피크라고 말해본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점들이 '정돈'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 가령 이런 것들. 우선 40대가 되면 대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져.(아니 정확히는 가능해야만 해!!!!)
극적인 변화나 기적은 사실상 일어나기 거의 불가능하거든. 속된 말로 자기 싹수를 자기도 아는 거야. 그러니 자기와 상황이 너무 다른 남들과 나를 비교하거나 질투하는 건 40대로선 해서는 안되는 짓이야.

자신의 핵심 가치를 추리고 그것을 단단한 베이스로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모색하기
물론 사람이 단번에 변화를 수용하긴 힘들 수도 있겠고 억지로 할 필요까진 없지만, 새로운 시행착오에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도 40대라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아파트도 지은지 40년쯤 되면 중간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재건축을 하거든?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 나이쯤 되면 기초를 다시 다져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 얼마 전에 네가 뜬금없이 60일 동안 영어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쓰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마침내 60일을 채웠잖아. 나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누군가는 "뭘 이제 와서"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초체력이든 기초학습이든 마음의 근육이든 내가 퇴보하지 않기 위해 다시 단단히 다져서 다음 몇십 년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40대라고 본다.
'담금질'을 통해 언제까지나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분을 소중히 한결같이 유지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40대,‘담금질'을 통해
다음 몇십년을 대비하는 시기
그냥 나의 일부로서 가지고 살자고 결기 있게, 밝게 체념할 줄 알아야 해. 놓아줄 건 놓아주고, 보내줄 건 보내주고, 훌훌 털 거 다 털어버려야 하는 시기야.
아무튼 이런 내면의 대청소를 마친 상태에서 그렇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돈해야겠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이 나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해주는지, 어떤 사람들을 가까이에 둘지, 대충 이맘때면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봐.
인생살이의 기본 방향성에 대한 방황은 더이상 끌지 말고 아무리 늦어도 30대에선 끝내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이렇게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심플하게 추린다고 해도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지나치게 고집하느라 시야가 좁아지는 건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예를 들자면 "아, 난 이런 타입과 안 맞아"라며 바로 사람을 판단하며 배제해버리거나, 나한테 어울린다고 믿는 옷스타일이나 헤어스타일만 고수한다거나(이 대목에서 나 왜 찔리지?).
40대가 되어 자신의 핵심 가치를 추리면 그것을 단단한 베이스로 두고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모색해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돼. 사소하게는 평소 안 가본 장소에도 가보고, 안 입어본 색깔의 옷도 입어보고...

40대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의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자신의 한계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고 그걸 받아들이기도 하는… 삶이 대략적으로 정리되는 나이대입니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도 고정되고 하는 일에도 경계가 생기면, 안정적일 수 있는 반면 시야가 좁아지기도 쉬운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의 시야가 좁아져서 나만의 세계에 갇히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합니다. 자신의 세계가 맞다고 믿기 시작하면 어떤 새로운 것도 시도해보기 어렵고, 내가 가진 다른 가능성을 알아채기도 어려우니까요.
다행히 저는 책을 읽으며 모든 시름과 스트레스를 잊습니다. 나아가 지금의 어떤 문제를 다르게 보는 여유와 시각을 얻기도 하고요. 독서하며 떠오르는 수많은 영감은 제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답니다. 여러분도 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만 알기엔 아무래도 아깝습니다.

2.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
'마녀체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질 체력의 평범한 40대 여성이 꾸준한 운동 끝에 철인 3종경기까지 나가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체력이 좋아지니 하고 싶은 것들이 바뀌고 꿈이 바뀐다는 말을 전하며, 작가는 우리에게 운동을 강력하게 권유합니다.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운동의 세계를 재치있게 보여주면서 말이지요.
내 몸이 서서히 강해지는 동안
하나둘 행동이 바뀌고
이런저런 생각이 변하면서
그리하여,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다-
책 <마녀체력> 中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작가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는 감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운동은 육체는 물론이요, 정신에도 마술같은 효과를 일으킵니다. 기분이 좋아지고,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낙관적인 기분이 들지요. 꾸준히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 사람의 성격과 행동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독서에 맞먹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독서만큼이나 재미있으며, 마흔 이후 본인의 삶은 ‘어떻게 하면 독서하는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운동을 하는가’ 골몰하는 일로 점철되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이 책을 읽어보고 저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이니까요. 저 문만 열고 나가면 이 답답한 방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답니다.

3. 건강보조제 챙겨먹기
저는 여러가지 건강보조제 중 비타민D, 오메가3, 그리고 종합 비타민은 꼭 챙겨먹습니다. 비타민D는 뼈를 단단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충분한 햇빛을 받으면 몸 안에서 생성되지만, 주로 병원 실내에서 활동하는 저 같은 경우에는 비타민D를 따로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오메가3입니다. 저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로즈앤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합니다. 기본 혈액검사 외에도 LH, FSH 등 여성 호르몬 검사를 하면서 언제쯤 폐경이 될지, 벌써 갱년기가 왔는지 확인하지요. 2년 전부터 중성 지방 수치가 높게 나와 오메가3를 복용하기 시작했답니다. 평소 초콜렛을 좋아하는 저의 식습관이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 등의 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꾸준히 오메가3를 복용한 결과, 며칠 전 확인한 혈액검사에서는 여전히 중성지방이 높지만, 거의 정상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는 달맞이유, 홍삼, 석류즙 등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에스트로겐 성분이 많이 포함된 식품들이라서 갱년기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에스트로겐이 정량화되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질출혈 등을 잘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4.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이번에는 퀴즈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다음 3가지 집단 중에 사람은 어떤 관계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낄까요?
① 오랜시간 같이 살아 온 혈연인 친척들과 함께하는 시간
② 사적으로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같은 취미를 오래 공유해온 사람들과의 시간
③ 여행지에서 잠깐 만나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시간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답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2번의 경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자신이 알고 있는 거대한 세계에 대해 마음껏 수다 떨고 공감 받을 든든한 친구들을 사귄다는 것이지요. 자전거, 등산, 달리기 동호회, 독서모임, 종교 활동 등이 다양한 모임이 있습니다.
갱년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찾고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가까이 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서담채라는 제주독서모임에 참가할 때 아주 많이 행복합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책 내용을 함께 나눌 때 참 즐거워요. 평소 직장에서는 일, 집에서는 아이들 교육, 집안 경제, 가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요, 기본적이고 익숙한 주제가 아닌 전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스토리를 읽으며 나를 들여다보고, 그 때 내가 느낀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고 공감을 얻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은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입니다.
저는 이러한 준비들로 갱년기를 맞이하고 채워갈 예정입니다. 이제껏 여러분이 갱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겪어 오셨는지, 100명에게 존재하는 100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나만의 슬기로운 갱년기 극복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로즈앤의원과 저 박영 원장은 언제나 귀를 열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어달 전 어느 중년의 여성 화가분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밥은 맛있었고 이야기는 즐거웠습니다. 도란도란 대화하던 중 작품 활동 중단 시기가 생각보다 길어져, 무려 15년에 이르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가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그림 작업을 하지 못했던 이유를 조심스레 여쭈었습니다.
화가 분은 다시 붓을 들기까지 살아온 매순간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체는 없어도 분명히 내 곁에 머무르며 존재하는 그 녀석, 갱년기 때문에 말이지요. 몸과 마음을 모두 힘들게 하는 갱년기는 여성들의 영원한 숙제가 틀림없습니다.
작가님은 갑작스런 신체 변화로 인해 몸이 고장난 것 같은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함께 닥쳐온 감정의 소용돌이는 물론이고요. 그리고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작품 활동의 암흑기를 거친 원인이 되었지요. 이처럼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를 피해가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선생님의 진솔한 고백을 경청한 뒤, 제게는 '갱년기'라는 단어가 한층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갱년기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또다른 봄'으로 생각하세요."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안에서 갱년기는 일상과 너무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복합적 현실이었습니다.
제 나이는 43세입니다. 제주산부인과 로즈앤의원 진료실에서 갱년기로 힘들어하는 많은 분을 보면서 산부인과 의사로써 그 분들에게 조언을 하지만, 저 역시 저의 갱년기가 두렵습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박영 원장님은 갱년기를 어떻게 준비할꺼예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로서의 평소 루틴과 관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로즈앤칼럼을 통해 갱년기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각자의 답을 찾아 볼까요?
1. 책을 읽으며 배울 점 찾기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들여다 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순간도 없지요?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2019년에 출간된 가수 요조와 작가 임경선의 교환일기입니다. 여자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을 털어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순간을 잡아내는 편지이자 에세이지요. 그 중에서도 저는 40대를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한 임경선님의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몇 번이고 밑줄치며 읽었던 책의 한 소절을 나눕니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기력, 체력, 능력, 이 세 가지가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40대가 아닐까 싶어. 감히 40대가 인생의 피크라고 말해본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점들이 '정돈'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 가령 이런 것들. 우선 40대가 되면 대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져.(아니 정확히는 가능해야만 해!!!!)
극적인 변화나 기적은 사실상 일어나기 거의 불가능하거든. 속된 말로 자기 싹수를 자기도 아는 거야. 그러니 자기와 상황이 너무 다른 남들과 나를 비교하거나 질투하는 건 40대로선 해서는 안되는 짓이야.
물론 사람이 단번에 변화를 수용하긴 힘들 수도 있겠고 억지로 할 필요까진 없지만, 새로운 시행착오에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도 40대라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아파트도 지은지 40년쯤 되면 중간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재건축을 하거든?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 나이쯤 되면 기초를 다시 다져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 얼마 전에 네가 뜬금없이 60일 동안 영어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쓰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마침내 60일을 채웠잖아. 나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누군가는 "뭘 이제 와서"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초체력이든 기초학습이든 마음의 근육이든 내가 퇴보하지 않기 위해 다시 단단히 다져서 다음 몇십 년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40대라고 본다.
'담금질'을 통해 언제까지나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분을 소중히 한결같이 유지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냥 나의 일부로서 가지고 살자고 결기 있게, 밝게 체념할 줄 알아야 해. 놓아줄 건 놓아주고, 보내줄 건 보내주고, 훌훌 털 거 다 털어버려야 하는 시기야.
아무튼 이런 내면의 대청소를 마친 상태에서 그렇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돈해야겠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이 나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해주는지, 어떤 사람들을 가까이에 둘지, 대충 이맘때면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봐.
인생살이의 기본 방향성에 대한 방황은 더이상 끌지 말고 아무리 늦어도 30대에선 끝내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이렇게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심플하게 추린다고 해도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지나치게 고집하느라 시야가 좁아지는 건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예를 들자면 "아, 난 이런 타입과 안 맞아"라며 바로 사람을 판단하며 배제해버리거나, 나한테 어울린다고 믿는 옷스타일이나 헤어스타일만 고수한다거나(이 대목에서 나 왜 찔리지?).
40대가 되어 자신의 핵심 가치를 추리면 그것을 단단한 베이스로 두고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모색해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돼. 사소하게는 평소 안 가본 장소에도 가보고, 안 입어본 색깔의 옷도 입어보고...
40대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의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자신의 한계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고 그걸 받아들이기도 하는… 삶이 대략적으로 정리되는 나이대입니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도 고정되고 하는 일에도 경계가 생기면, 안정적일 수 있는 반면 시야가 좁아지기도 쉬운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의 시야가 좁아져서 나만의 세계에 갇히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합니다. 자신의 세계가 맞다고 믿기 시작하면 어떤 새로운 것도 시도해보기 어렵고, 내가 가진 다른 가능성을 알아채기도 어려우니까요.
다행히 저는 책을 읽으며 모든 시름과 스트레스를 잊습니다. 나아가 지금의 어떤 문제를 다르게 보는 여유와 시각을 얻기도 하고요. 독서하며 떠오르는 수많은 영감은 제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답니다. 여러분도 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만 알기엔 아무래도 아깝습니다.
2.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
'마녀체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질 체력의 평범한 40대 여성이 꾸준한 운동 끝에 철인 3종경기까지 나가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체력이 좋아지니 하고 싶은 것들이 바뀌고 꿈이 바뀐다는 말을 전하며, 작가는 우리에게 운동을 강력하게 권유합니다.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운동의 세계를 재치있게 보여주면서 말이지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작가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는 감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운동은 육체는 물론이요, 정신에도 마술같은 효과를 일으킵니다. 기분이 좋아지고,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낙관적인 기분이 들지요. 꾸준히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 사람의 성격과 행동까지 바뀔 수 있습니다. 독서에 맞먹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독서만큼이나 재미있으며, 마흔 이후 본인의 삶은 ‘어떻게 하면 독서하는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운동을 하는가’ 골몰하는 일로 점철되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이 책을 읽어보고 저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이니까요. 저 문만 열고 나가면 이 답답한 방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답니다.
3. 건강보조제 챙겨먹기
저는 여러가지 건강보조제 중 비타민D, 오메가3, 그리고 종합 비타민은 꼭 챙겨먹습니다. 비타민D는 뼈를 단단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충분한 햇빛을 받으면 몸 안에서 생성되지만, 주로 병원 실내에서 활동하는 저 같은 경우에는 비타민D를 따로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오메가3입니다. 저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로즈앤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합니다. 기본 혈액검사 외에도 LH, FSH 등 여성 호르몬 검사를 하면서 언제쯤 폐경이 될지, 벌써 갱년기가 왔는지 확인하지요. 2년 전부터 중성 지방 수치가 높게 나와 오메가3를 복용하기 시작했답니다. 평소 초콜렛을 좋아하는 저의 식습관이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 등의 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꾸준히 오메가3를 복용한 결과, 며칠 전 확인한 혈액검사에서는 여전히 중성지방이 높지만, 거의 정상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는 달맞이유, 홍삼, 석류즙 등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에스트로겐 성분이 많이 포함된 식품들이라서 갱년기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에스트로겐이 정량화되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질출혈 등을 잘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4.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이번에는 퀴즈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다음 3가지 집단 중에 사람은 어떤 관계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낄까요?
① 오랜시간 같이 살아 온 혈연인 친척들과 함께하는 시간
② 사적으로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같은 취미를 오래 공유해온 사람들과의 시간
③ 여행지에서 잠깐 만나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시간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답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2번의 경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자신이 알고 있는 거대한 세계에 대해 마음껏 수다 떨고 공감 받을 든든한 친구들을 사귄다는 것이지요. 자전거, 등산, 달리기 동호회, 독서모임, 종교 활동 등이 다양한 모임이 있습니다.
갱년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찾고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가까이 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서담채라는 제주독서모임에 참가할 때 아주 많이 행복합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책 내용을 함께 나눌 때 참 즐거워요. 평소 직장에서는 일, 집에서는 아이들 교육, 집안 경제, 가족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요, 기본적이고 익숙한 주제가 아닌 전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스토리를 읽으며 나를 들여다보고, 그 때 내가 느낀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고 공감을 얻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은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입니다.
저는 이러한 준비들로 갱년기를 맞이하고 채워갈 예정입니다. 이제껏 여러분이 갱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겪어 오셨는지, 100명에게 존재하는 100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나만의 슬기로운 갱년기 극복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로즈앤의원과 저 박영 원장은 언제나 귀를 열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